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망명을 요청하는 난민들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기존의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EU 회원국들이 박해나 비인간적인 대우의 위협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는 난민들에게도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이제까지의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고문의 위협과 반인권적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벨기에 망명을 신청한 시리아 난민 가족에게 벨기에 정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판결했다.
ECJ는 이번 판결에서 반인권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난민들에게 모두 비자를 발급할 경우 난민들은 전 세계 EU 회원국 대사관들로 몰려들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EU 망명 시스템의 기반이 저해될 것”이라고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EU 내에서는 고문의 위기나 비인간적 처우를 받는 난민들이 망명 신청을 할 경우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단기 입국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지난 수년간 난민들에 의한 테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테오 프랑켄(Theo Francken) 벨기에 이민국 장관은 7일 ECJ 판결 소식을 전해 들은 뒤 트위터를 통해 “예스! 우리가 이겼다”라면서 환영의 뜻을 표했다. 프랑켄 장관은 “인권단체들은 EU의 국경을 (해외) 유럽 대사관으로 옮기기를 원하고 있다. ECJ가 아주 분명한 판결을 내렸다. EU 회원국들이 더 이상 (난민들을 받아들일)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은 시리아 알레포에 사는 시리아 일가족 5명이 레바논 주재 벨기에 대사관에 단기 비자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리스 정교 신자인 이들 가족들은 자신들이 고문과 박해의 위협에 처해 있다면서 망명을 신청했었다. (미주 중앙 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