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체류청소년 추방유예(DACA) 신분 한인청년들의 고민 ▶ 트럼프 반이민정책에 진학, 직장구하기, 결혼도 난제 “학창시절을 불법체류자로 살다가 20대 중반이 돼서야 운전면허도 따고 원하는 직장도 다니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걸 보니 또 다시 신분에 발목 잡혀 삶을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까봐 두려워요.”
오바마 정부의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이하 DACA)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인 청년 A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10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불법체류자로 살다가 오바마 정부 때 DACA 프로그램으로 신분을 구제 받았지만 불체자를 반대하는 트럼프 정부에서는 자신의 운명이 또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A씨처럼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신분이 해결되지 않아 불안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한인 청년은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한창 꿈을 펼칠 나이에 불법 아닌 불법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신분 때문에 진학, 취업, 결혼 등에서 제한된 삶을 살고 있다.
엘리콧 시티에 사는 한 DACA 수혜 청년은 최근 취업 인터뷰를 갔다가 신분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데 실패했다. 회사 측에서 장기간 일할 사람을 원하는데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DACA 수혜자를 고용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한 것이다.
이들에게 취업 좌절은 흔한 일이다. 때론 일부 고용주들은 DACA 수혜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돕기 위해 영주권 스폰서를 자청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워크 퍼밋만 지닌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도 없다.
결혼도 DACA 수혜 청년들에게는 쉽지 않다. 신분 해결을 위해 시민권자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니 사람을 만날 때 늘 신분을 조건으로 보는 것이다. 일부 청년들은 위장결혼의 유혹에 노출되기도 한다. 컬럼비아에 사는 한 청년은 “사귀는 사람도 불법체류자이다 보니 위장결혼을 통해 신분을 해결한 후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와 다시 결혼해야 할 것 같아 위장결혼 상대를 알아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엘리콧 시티의 한 DACA 수혜 청년은 “어떻게든 미국에서 인정받고 싶어 DACA 프로그램 수혜 이후 악착같이 일하며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정부와 이민국에서 내 노력을 알아주고 제발 나를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젊은 날의 숙제가 삶의 진로가 아닌 신분이란 것이 답답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인 젊은이들의 이런 안타까운 현실도 문제지만 이들을 도울 방법은 딱히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수혜대상자는 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이민정책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의 체류 자격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민국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수혜자의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 DACA 수혜 청년들의 삶은 늘 조마조마하다.
전문가들은 “DACA는 폐지하되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과도하게 불안해하기 보다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세금을 신고하며 바르게 살면서 정부 정책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미주 한국 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