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로지 직진(go straight)만 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우회로(bypass)란 없다. 이번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반(反)이민 행정명령 세부지침도 결국 '직진'의 결과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사법부에 의해 반이민 행정명령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세부지침을 마련해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1일 미국내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단속 공무원 1만명과 국경관리 공무원 5000명을 확충해 불법 이민자를 대대적으로 색출해서 추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의 체포, 감금, 추방을 용이하게 한 세부지침을 놓고 당국에 지나친 재량권이 부여되고 인권침해 가능성까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멕시코 정부가 이 세부지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미국과 멕시코간 외교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세부지침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지나친 재량권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자만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음주운전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심지어 범죄 이력이 없는 경우에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또 현장에서 체포와 감금, 추방이 될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해명 기회조차 갖기도 어렵다. 따라서 수년씩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은 2년 이상 자신이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곧바로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 같은 세부지침이 발표되자마자 미국내에선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이 시작됐으며, 많은 멕시코인들이 추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쾌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22~23일 멕시코 방문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두 사람이 멕시코 정부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추방은 “정말 나쁜놈들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고 발언하면서 두 사람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켈리 장관은 "군사작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긴급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주 반이민 행정명령 수정안을 발표하면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행정명령은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이슬람 7개국 국민과 난민의 미 입국을 금지하는 등 기존 명령과 큰 차이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이슬람 7개국 국적자라도 영주권 소지자는 입국을 허가하도록 일부 조항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선 순위 추방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거나 보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반이민 행정명령을 기획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고문은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이 "이전 내용을 기술적으로 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 중앙 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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