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의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일시 중단됐는데도 영국의 교사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미국 입국이 최근 거부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는 영국 웨일스 정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어 미 정부에 공식 해명을 요구한 상태라고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남부 란가톡 소재 종합중등학교 수학 교사인 무슬림 주헬 미하드(25)는 행정명령 중단 판결이 나온 이후인 지난 16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미국행 비행기 탑승이 거부됐다. 미하드는 다른 교사들이나 학생들과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길이었다. 그는 미국 입국이 가능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공항 보안요원에 의해 여객기 탑승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미하드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면서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두 혼란에 빠졌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범죄자처럼 느껴졌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항에 도착했고, 체크인하자 마자 책상 뒤에 있는 여성이 나의 여권을 보고 곧바로 무작위로 보안 검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면서 “그녀는 나를 방으로 데려가 의자에 서서 신발과 자켓을 벗게 한 후 발 아래를 검사했고, 손과 가방, 옷 등에서 표본을 채취했다. 2명이 5분간 수색한 뒤 나에게 물건들을 돌려줬다”고 했다.
그런 뒤 그는 호텔로 끌려갔다. 그는 “끔찍했다. 너무 두려웠고 이틀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20일 영국으로 돌아간다. 웨일스 교육당국과 의회는 런던 주재 미 대사관에 미하드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상태다.
웨일스 의회 대변인은 “부당한 차별 행위”라면서 미하드는 영국 국민이며 이중 국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미하드는 학교에서 인기 있고 존경받는 교사이며 웨일스의 무슬림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가 당한 일에 소름이 끼친다. 아이슬란드 공항이나 미 대사관에서 그의 입국을 거부할만한 이유가 없다. 의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지난 10일 연방항소법원이 가처분소송을 기각함에 따라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법적 효력이 없다. 하지만 미국 안팎에서 무슬림에 대한 입국 거부나 대대적인 검열 등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곧 공개할 수정된 반이민 행정명령은 원래대로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 리비아 등 7개국 이슬람 국가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 출신의 경우 아직 사용하지 않은 비자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미국 여행이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AP는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영주권자와 미국과 이들 7개국간 이중국적을 보유한 경우에는 입국이나 여행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21일 수정된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주 중앙 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