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발동 '공공안전 개선 행정명령' '범죄 혐의를 받는 자'도 검거 대상에 포함 일선 요원에 체포 대상 판단 권한 부여한 셈 기존 '유죄 판결을 받은 자' 규정과 천양지차
갑작스런 이민자 단속이 전개되면서 전국이 동요하고 있다. 특히 불체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수혜자도 체포된 사례가 전해지면서 이번 이민자 단속 정책의 적용 대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이민자 커뮤니티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이번 이민자 단속의 근거는 지난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국내 공공안전 개선 행정명령'이다. 치안을 확보해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인데 단속 대상을 이민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를 붙잡아 추방시키는 것이 이 행정명령의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주 전국에서 전개된 단속 작전으로 체포된 이민자의 대부분이 범법자였고, 나머지는 추방됐다가 다시 밀입국한 이민법 위반자들이었다.
하지만 행정명령에 담긴 우선 적용 대상 또는 우선 검거 대상이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돼 있어 기본적인 취지 또는 목적과 다르게 집행될 소지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행정명령에 담긴 '우선 단속 대상(Enforcement Priorities)'에는 ▶범죄 유죄 평결을 받은 자 ▶범죄 혐의로 체포된 자 ▶범죄 혐의로 체포될 수 있는 행위를 한 자 ▶공무상 사기 또는 의도적인 서류 위조나 허위 진술을 한 자 ▶공공 복지혜택 등의 프로그램을 남용한 자 ▶법률적 추방 대상자이지만 이행하지 않은 자 ▶이민 단속 요원의 판단으로 공공안전 또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되는 자 등으로 정의돼 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범죄 혐의로 체포된 자'와 '범죄 혐의로 체포될 수 있는 행위를 한 자' 그리고 '단속 요원의 판단으로 공공안전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되는 자'로 정의한 부분이다.
기존 범법 이민자 단속 규정에는 '유죄 평결을 받은 자'로 제한돼 있었다. 재판을 통해 유죄 혐의가 입증된 자만 이민 당국의 추방 단속 대상자였으나 이제는 혐의만 받고 있어도 체포되고 추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단속 요원의 판단에 따른 체포 여부 결정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범법자로 제한하고 있는 행정명령의 기본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체포돼 이민 구치소에 구금된 한 이민자의 사연이 이 규정의 남용 사례가 되고 있다.
7세 때 미국에 와 불법체류자로 살며 현재 DACA 수혜자인 23세 대니얼 라미레즈 메디나는 지난 10일 시애틀 남부에 있는 부친의 집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ICE가 밝힌 체포 사유는 갱단 조직원이라고 밝힌 자백이었고, ICE는 이 남성이 공공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소송을 제기한 메디나 측 변호사는 "강요에 의한 자백"이라며 갱단 조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합법적으로 체류가 허용된 DACA수혜자도 체포된 사례여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행정명령에 의한 단속이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또 이렇게 ICE 요원에게 단속 권한과 체포에 대한 판단 권한을 부여하면서 당초 체포 대상자가 아닌 이민자들에 대한 검거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 "LA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하던 한 50대 이민자가 자택에서 ICE 요원에게 체포됐다"며 "하지만 ICE가 그의 집을 방문한 목적은 다른 이민자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클로드 아놀드 전 ICE LA지부장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ICE의 우선 검거 대상자는 범법자이며 ICE가 갑자기 죄없는 이민자를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으로 일선 요원들에게 누구를 체포할지에 대한 판단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이 죄없는 불체자들도 체포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미주 중앙 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