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소식

제목미전역 뒤흔든 불법체류자 급습2017-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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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국 요원들 집, 일터 들이닥쳐 연행후 강제추방 버스 탑승시켜

▶ 통상적 수준 넘어... 트럼프 행정명령에 따라 단속 기준 정해진 듯

 

미국내 주요 대도시를 포함해 9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수백 명의 불법체류자 체포 작전이 미 이민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주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텍사스, 일리노이 주 등 동부와 중서부 전역에 걸쳐9개 주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나서 수백 명을 체포했다. 이번 단속은 '불법체류자 300만 명 추방'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중앙 정부 차원의 단속이었다.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정부 관리들은 통상적인 법 집행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내이민자 사회는 '추방작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큰 불안감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중남미 12개국에서 온 불법체류자가 체포됐다고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의 ICE 간부인 데이비드 마틴은 전날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주 단속에서 체포된 160명 가운데 75%가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나머지는 경범죄자이거나 불법체류자"라고 말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주도로 진행된 대대적 단속은 이민자들에게 큰 충격파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이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광범위한 작전이 개시됨으로써 범죄 전과가 있거나 추방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와 그 가족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단속이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계 이민자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히스패닉 이민사회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 오스틴서 멕시코 이민자 하루 30명 체포돼

로스앤젤레스 등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서 체포된 불법체류자 161명 중에는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이 150명 안팎으로 절대 다수를 점한다고 WSJ이 ICE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 중 이미 30여 명이 멕시코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자 중에는 금품 부정취득 가중처벌 혐의로 자국에서 수배를 받고 있는 엘살바도르 국적자가 포함됐다. 이 사람은 캘리포니아 주 헌팅턴 파크에서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된 사람 중에는 코카인 밀매 혐의를 받는 브라질 국적자, 아동 음란행위로 기소된 전력이 드러난 호주 국적자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거주하는 마누엘 모스케다라는 50대 페인트공은 잠복하고 있던 이민세관단속국 직원들에게 체포된 뒤 곧바로 멕시코행 버스에 강제로 태워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남성의 경우 변호인들이 추방절차를 막아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는 지난 10일 하루에만 멕시코인 30여 명이 구금됐다고 현지 멕시코 영사가 전했다. 그 전날에도 14명이 체포됐다. 오스틴 주재 멕시코 영사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하루 평균 너댓 명 구금되는 일이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들을 압박한 것은 미국에 건너온지 20년이 넘는 멕시코 여성 과달루페 가르시아 데 라요스(36)가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ICE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곧바로 구금된 뒤 자국으로 추방된 사건이다.

일상적인 체류 지위 체크를 위해 제발로 ICE를 찾았다가 그대로 붙잡혀 추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멕시코 외교부에서 '주의하라'는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 공공안녕에 위해 가할만한 심증만 있어도 추방대상 분류

미 법집행당국은 이번 단속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민사회에서는 이를 절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외견상 단속의 형태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와 비슷할지 몰라도 단속의 범위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말이 당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WSJ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불법체류자 급습의 '타깃 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의해 기준이 정해진 뒤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즉, 트럼프 행정명령이 '단속의 표적'을 선별했다는 뜻이다.

반드시 범죄로 기소되거나 과거 기소된 경력이 있지 않더라도 공공질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체류자의 경우 구금•추방의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불법체류자 추방의 범위를 확 넓혀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될 만한 범죄를 구성할 행위를 저질렀다는 심증만으로도 추방 대상자 지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오스틴에서 이민근로자를 위한 시민단체와 함께 일하는 변호사 스테파니 가라카니안은 "과거 봐오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연방정부의 행동"이라며 "집과 일터에 나타나서 이런 식으로 체포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300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대선 기간 내걸었다. 이민정책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미국내 이민사회에서 범죄자 수는 약 82만 명에 달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재임기간 불법체류자 200만 명 이상이 추방됐고 연간 최다 추방자 기록은 2012년 40만9천 명이었다.

 

(미주 한국 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