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으나, 당초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포괄 이민개혁’ 담론이 실종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정권탈환에 실패했던 공화당이 ‘포괄 이민개혁’을 포기하고 대신 불체자 전원 추방과 국경장벽 건설에 이어 ‘앵커 베이비’(anchor baby·원정출산) 금지라는 초강경 반이민 이슈에 집착하고 있어, 대선 정국에서 이민개혁 이슈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1.100만 불법체류 이민자 구제를 골자로 한 포괄 이민개혁 이슈가 대선 정국에서 실종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연일 초강경 반이민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LA타임스도 28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 정국의 ‘이민’ 이슈를 ‘이민개혁’에서 ‘앵커 베이비’ 이슈로 바꿔 놓았다며, 목소리를 낮췄던 반이민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품 인기로 평가 절하됐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 주장에 지지를 보내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늘면서, 더 이상 ‘포괄 이민개혁’이나 ‘1,100만 불체자 구제’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공화당 경선 주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 ‘불체자 구제안’을 내놓고 공화당 경선 주자들 중 비교적 온건한 이민정책을 표방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조차 ‘앵커 베이비’를 두고 아시아계 이민자를 비판하는 설화를 겪고 있는 현상 역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효과라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 효과는 공화당 경선 주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반이민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더해 보수성향 시민단체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고 있다. LA타임스는 트럼프 후보의 초강경 반이민 주장이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며, 최근 남가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이민 단체들의 시위를 소개했다. ‘이민개혁’의 명분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보수성향 단체들이 최근 공개적인 반이민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앵커 베이비’ 이슈도 이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받고 있지만, 반이민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경선 주자들의 목소리도 점차 트럼프 후보와 가까워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영향으로 반이민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앵커 베이비’ 제재나 ‘자동시민권’ 폐지를 주장하는 후보들이 늘고 있는 것. 이미 트럼프를 비롯해 랜드 폴, 릭 샌토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스캇 워커, 바비 진달 주지사 등이 ‘자동시민권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와 린지 그래험 상원의원 등은 ‘자동시민권제’ 폐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자동시민권’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LA 한인회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젭 부시 전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 발언을 규탄하고, 부시 전 주시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미주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