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소식

제목오바마 행정명령 배경과 전망201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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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참고 참았던 행정명령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 동안 이민개혁법안이 의회에서 답보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줄기차게 행정명령의 발동을 대통령에게 요구해 왔으나 그 때마다 대통령은 "내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섰었다. 하지만 이민개혁법안이 하원에서 해를 넘기면서 대통령의 톤에 변화가 생겼다. 올 초 새해 국정연설에서 "필요한 사안에 의회의 협조가 없으면 행정명령을 적극 사용하겠다"고 태도변화를 암시했으며 상반기에 이미 연방정부 서비스부문 계약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행정명령을 발동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태도 변화를 보여 온 대통령은 최근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가 사실상 "이민개혁법안의 올해 처리 불가"를 통보하고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에 제약하는 소송까지 불사할 뜻을 비치자 더 이상 의회에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명령 발동을 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지난달 버지니아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그 동안 이민개혁법안 처리에 다소 우호적이었던 에릭 캔터 연방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티파티 후원을 받는 정치 신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 반이민 정서가 더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 캔터 원내대표와 함께 공화당 측의 점진적 이민개혁 법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밥 굿레이트(공화.버지니아)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승인자의 지위 박탈까지 주장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자 대통령이 이제는 정면돌파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관심은 올 여름이 끝날 때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어떤 내용이 될 것인가이다.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사회에서는 DACA에 상응하는 수준의 조치가 일반 불체자를 대상으로 내려질 것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은 백악관이 이 방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공화당과의 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판단돼 행정명령을 실시한다면 이제 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에 속하는 연방정부 기관들의 운영과 관련된 업무에만 법과 같은 효력을 미친다. 즉 법적으로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부여된 법 집행 권한 내에서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그 권한의 근거를 헌법 내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DACA처럼 국토안보부의 업무 영역인 추방을 유예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민법의 규정을 어기고 불체자에게 합법 신분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분 변경을 위한 일반 사면 조치는 의회의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행정명령은 의회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후임 대통령이 동일한 방법으로 언제든지 취소시킬 수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 발동을 공표한 것은 올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중요한 표밭인 이민자 유권자들의 표가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들의 몰표를 통해 최대한의 의석을 확보하겠다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