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밀입국하고 불법체류중인 김모(29·여)씨는 31세 미만 불법이민자에 대한 추방유예 조치가 발표됐지만 자격미달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가짜 여권을 사용해와 정작 본인의 이름으로 미국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밀입국 당시 브로커가 가족의 여권을 가져가는 바람에 신분증이 없어졌다는 김씨는 부모가 구입한 이름과 생년월일이 다르게 적힌 가짜 여권을 구입해 그동안 사용해 왔다.
학교에 다닐 때도 가짜 여권을 이용해 등록하고 졸업했다는 그녀는 다시 졸업시험을 치르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가짜 서류를 이용해 학교에 다녔다는 것이 발각될 수 있다는 지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다. 가짜 여권을 사용해 살아온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은 불체자들도 이번 추방유예 조치가 발표되자 후회하고 있다. 고교 졸업장이 없는 박모(30)씨의 경우 추방유예 신청전에 고교 졸업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31세 생일이 바로 한달 뒤로 다가와 자칫 기회를 놓치게 된 것. 박씨는 "불체자라는 사실을 부모에게 들은 후 대학교도 가지 못할 바에는 고등학교를 굳이 다닐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중퇴하고 지금까지 막노동을 하며 살아왔다"며 "조금만 더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후회가 된다"고 고개를 떨궜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한 불법 이민자 자녀들을 구제하기 위한 추방유예 신청서가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접수될 예정이나 자격조건을 못 채운 한인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가짜여권으로 신분증을 만들어 이용해 왔거나 자포자기 심정으로 학교를 중퇴한 이들 등이다. 또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취업이나 영주권 취득 문제에 부딪혀 한국으로 귀국했던 한인들도 구제기회를 놓쳐 속상해 하고 있다.
올초 한국으로 귀국한 정성호(29)씨는 "2년 전 이민개혁안이 무산된 후 불체학생에 대한 구제가 희박할 것으로 보여 한국으로 귀국했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미국에 계속 남아 있었을 텐데 속상하다"고 후회했다.
이에 대해 한 이민법 변호사는 "만일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31세 미만 해당자는 추방유예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에 졸업증명서를 받으면 된다"며 "그러나 가짜여권을 이용한 케이스의 경우 서류위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어 서류 신청전 전문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추방유예 조치가 발표된 후 벌써부터 신청서를 접수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방유예 신청서는 15일에 공개되는 만큼 기다렸다가 관련 서류를 차분히 준비해 신청서를 접수할 것"을 권했다.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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