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추진될 이민개혁법안 처리과정에서 불법체류자들에게 시민권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릿저널은 14일자에서 이를 두고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측은 불체자들의 시민권 취득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포괄적 이민개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쪽에서는 국경단속 강화를 전제로 한 합법 이민 확대와 초청노동자프로그램 등 제한적이고 점진적인 이민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원칙적으로 불체자 사면을 포함하는 이민개혁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공화당은 올 본선거를 계기로 확인된 이민자 유권자의 힘을 외면할 수 없어 불체자 사면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제조치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아직은 시민권 취득 허용은 안 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공화당 이민개혁 지지파인 라울 래브레이더(아이다호) 하원의원조차 "사람들이 오랫 동안 이 곳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시민권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며 시민권 부여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시민권 부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다수도 합법 이민자들의 적체 현상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점진적 개혁을 옹호하고 있다. 이런 견해의 대표적인 인물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으로, 그는 구제될 불체자들은 이미 상당히 적체된 합법이민자들의 대기행렬 뒤에 줄을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합법 이민 적체 현상을 해결할 일련의 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1100만 명에 이르는 불체자 구제를 다루자는 것. 다만 불체 청년들에 대해서는 드림법안 등을 통해 우선 구제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공화당 정책 고문 존 피허리는 "불체자들에게 시민권 취득을 허용할 경우 민주당 지지 유권자만 더 늘어나게 된다며 이를 거부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일부에서도 공화당과의 협상 전략상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시민권 부여 문제는 법안에서 배제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어 내년 의회에 어떤 법안이 제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