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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95달러 마련하려다…" DACA 갱신 실패 한인201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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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이던 2000년 누리마로 박(27)씨는 버지니아로 이민 왔다. 

IMF 금융위기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부모는 일본으로 돈을 벌러 떠났고 그는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부모는 귀국해 그의 손을 붙잡고 미국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집에 왜 어려워졌는지 정확히 몰라요. 다만 아주 힘들었다는 것밖에, 부모님에게 물어보기가 미안했거든요." 

박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내내 우등생이었다. 내신점수인 GPA 점수도 4.0에 달했다. 버지니아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대학 입학을 앞둔 12학년이 돼서야 자신이 불법체류 신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꿈도 사라졌다. 

"열심히 공부를 해도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것 알았죠. 절망적이었죠. 도저히 미국인의 2~3배에 해당하는 학비를 낼 능력이 없었죠." 

200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다. 주로 렌터카 서비스를 담당했다. 수학과 과학 등 SAT 시험 개인 교사도 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릴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가 불체 청년들에게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임시로 제공하는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DACA)를 행정명령으로 시행했다. 희망의 동아줄이었다. 

"그때 미국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원하는 미국을 만들 수 있겠다,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먼저 운전면허를 땄다. 북 버지니아 외곽지역에 살던 그는 그동안 개인공부나 개인교습을 하러 중심가로 이동하기가 매우 불편했다. 대학에 다니던 친구들과 만나기도 힘들었다. 

"합법이 이런 건가 싶었어요. 저렴하게 운전면허를 땄죠. 우울했던 마음도 점차 나아졌죠." 

그의 꿈은 제2의 일론 머스크가 되는 것이다. 전기차 테슬라 최고 경영자처럼 과학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이롭게 만들고 싶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고자 학비를 모으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9월 트럼프 행정부가 다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실망했지만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 작은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열흘 뒤쯤 자신이 이미 불법 체류자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 

누리마로 박씨의 다카 갱신 기간은 2017년 4월. 그동안 다카는 만료 기간 뒤 1년의 갱신 유예기간을 줬다. 그는 12월까지 갱신 비용 475달러를 벌어 갱신하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다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유예기간에 있던 청년들이 모조리 불법체류 신세가 됐다. 대략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여름방학 때는 개인교사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요. 475달러를 모으기 힘겹죠. 그래서 올 가을에 돈을 더 벌어서 12월까지 갱신을 하려고 했는데…, 날벼락을 맞은 거죠." 

박씨는 다카 폐지 반대 시위도 나가고 다카에 옹호적인 민주당 하원의원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처지를 진정성 있게 들어주지 않았다.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요. 그들에게 다카 대체법안들은 바게닝 대상인 거죠. 하나를 얻으면 공화당에 하나를 내줘야 하는 거죠." 

그는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조너선 알바렌가 레시노스(19)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갑작스런 다카 폐지로 유예기간에 있던 청년들이 불체자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21일에는 버지니아에서 공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소송을 내고 미디어 앞에 서면 이민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말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차피 이제 추방당하면 모든 것이 끝이에요."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하루 120여 명이 박씨와 같이 불법체류 신세가 되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