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영주권의 국가별 발급 숫자 제한을 없애는 법안이 연방하원에 다시 상정돼 한인 영주권 대기자의 대기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우려된다.   공화당의 제이슨 차페츠(유타) 하원의원이 지난 8일 상정해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이 법안(HR 213)은 차페츠 의원이 지난 2011~2012년 회기 때도 '고급인력 이민자 공정대우법안(Fairness for High-Skilled Immigrants Act)'이라는 이름으로 상정했던 법안(HR 3012)이다.    당시 11명의 공동발의자에 포함됐던 민주당의 조 로프그렌(캘리포니아) 의원과 공화당의 라울 래브레이더(아이다호) 의원이 이번에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현재 7%로 제한된 국가별 영주권 쿼터를 취업이민에서는 아예 철폐하고 가족이민에서는 15%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원래 공화당은 고급인력 미국 유치를 위해 취업영주권 국가별 쿼터 철폐만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가족이민 국가별 쿼터 상향 조정안을 추가했다.   법안이 채택되면 한인 영주권 신청자에게는 악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민 규정은 어느 특정 국가가 전체 영주권 발급에서 7%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걸려 전체 연간 쿼터 외에 인도.중국(취업이민) 멕시코.필리핀(가족이민) 등 4개국은 국가별로 별도의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인도 출신 취업영주권 신청자들은 최대 12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가족이민에서도 멕시코.필리핀 출신은 일부 순위에서 다른 국가 출신에 비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영주권 연간 쿼터는 그대로 두고 국가별 쿼터만 철폐되거나 확대되면 우선일자가 빠른 이들 국가 출신들이 연간 쿼터를 모두 잠식해 우선일자가 대폭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등 일반 국가 출신들은 대기기간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또 현재 오픈 상태인 일반 국가 출신 취업 2순위에 우선일자가 적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 법안은 2011~2012년 회기 때 하원에서는 찬성 389표 반대 15표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처리되지 못해 무산됐었다.
 

당시 상원에서 민주당의 찰스 슈머(뉴욕) 의원 등이 아일랜드 출신에게 연간 1만5000개의 별도 취업비자(E-3)를 발급하는 방안을 포함하도록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법사위 공화당 간사였던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의원이 "미국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보(hold) 조치를 했기 때문. 이후 그래슬리 의원이 2012년에 비자 심사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유보 조치를 철회하고 국가별 쿼터를 일부 늘리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대선 정국과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시행 등 이민 이슈를 둘러싼 환경이 변해 상원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상정된 법안의 텍스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일랜드 출신에 대한 E-3 발급 내용은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