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소식

제목한인 불체 청년 추방유예 신청률 낮은 이유는 201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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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신청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정책연구소(MPI)가 DACA 시행 2주년을 맞아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출신은 신청 자격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자 약 3만3000명 가운데 지난 3월말까지 7904명이 신청하는 데 그쳐 네 명 중 한 명꼴인 24%의 신청률을 기록했다. 전체 DACA 신청률 52%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인 신청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자칫 기각될 경우 본인과 가족들이 추방 등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일반적 설명이다. 국토안보부가 DACA 신청자의 개인 정보를 이민 단속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일단 노출된 정보가 차기 정부 등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단속의 두려움만으로는 국적에 따른 신청률의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불체 청년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국적을 초월해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해 12월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서 본인이나 가족의 추방에 얼마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히스패닉 응답자의 59%가 ‘어느 정도’ 또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우려한다’는 아시안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역설적으로 추방의 두려움이 클수록 DACA 신청에 더 적극적이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워싱턴DC의 비영리단체 전미이민협의회(AIC)는 ‘홍보(outreach)의 차이’를 한 가지 이유로 들고 있다.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 출신자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단체나 언론의 홍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엘리사 강 민권센터 DACA 담당 변호사도 “연방정부의 DACA 홍보 커뮤니티 단체 지원금이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AIC는 모국 정부의 노력 차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약 62%의 신청률을 보인 멕시코의 경우 미국 내 공관에서 자체적으로 DACA 스마트폰 앱을 제작해 무료 배포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홍보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것. 이른바 ‘도미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DACA를 신청해 추방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합법적으로 취업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따라서 신청하는 것. 또 ‘드림법안’ 캠페인 등을 통해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불체자들이 스스로를 노출시켜왔기 때문에 뒤따르는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훨씬 적다. 이런 맥락에서 강 변호사는 “중남미 출신들은 신청률이 높지만 기각률도 훨씬 높다”며 “DACA 신청에는 거주·학력 요건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한인들은 신청하려다가도 기각될 가능성이 있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남미 출신들은 자격을 다 갖추지 않고도 쉽게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의 과거 경험도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DACA 신청률이 높은 멕시코·온두라스(67.9%)·엘살바도르(44%)·과테말라(44.5%) 이민자 커뮤니티는 유사한 구제 경험을 가진 공통점이 있다. 1986년 불체자 사면 당시 수혜자의 75%가 멕시코 출신이었으며 온두라스·엘살바도르 출신은 수년 동안 임시보호신분(TPS)이 부여되는 것을 지켜봤다. 과테말라 출신들도 이전에 ‘NACARA’라는 특별 구제조치의 혜택을 경험한 바 있다. 문화적 차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는 일부 아시안 커뮤니티에는 불체자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강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출신도 신청률이 26.9%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 출신은 10%를 갓 넘기는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의 신청률이 현저히 낮은 것이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