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법 규정을 근거로 이민자를 추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7일 연방 대법원은 영주권자 등 합법 이민자까지도 추방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이민법(INA)상의 ‘폭력범죄’(Crime of Violence)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5대 4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인해 연방정부는 이 조항을 이민자 추방사유로 적용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추방명령을 받은 영주권자 제임스 가르시아 디마야에 대한 상고심에서 추방사유로 제시된 ‘폭력범죄’ 조항이 ‘위헌적 모호성’(unconstitutionally vague)을 띠고 있다며 이 조항은 위헌적’이라고 판시했다. 폭력이 동원되지 않은 절도 범죄조차 ‘폭력 범죄’로 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모호함’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날 판결로 추방위기에서 벗어난 디마야는 13세 때 이민 온 필리핀 태생의 영주권자이다. 지난 2007년과 2009년 주거침입 절도 혐의로 유죄를 받고, 형기를 마쳤다.
하지만, 디마야는 형기를 마친 후 추방위기에 처하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0년 이민 당국은 디마야의 전과가 추방사유가 되는 ‘가중중범죄’(aggravated felony) 범주에 포함되는 ‘폭력범죄‘라며 추방을 명령했다. 그러자, 디마야는 자신은 폭력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는 단순절도라고 주장하며 재심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방 제9 항소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15년 항소법원은 폭력이 사용되지 않는 범죄조차 ‘폭력범죄’로 간주한 이 조항이 모호하다며 추방결정을 무효화했던 것. 연방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항소법원의 2015년 결정을 인정한 것이다. (미주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