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소식

제목 "트럼프 피해 캐나다로 가자" 201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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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국경 넘는 난민 급증
길 안내하는 불법 알선자 생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항소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반난민 행정명령 재실행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이 추방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캐나다 매니토바 주 에머슨으로 오는 난민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 약 700명의 작은 국경마을인 에머슨 주민들은 이전에도 간간히 미국 쪽에서 밀입국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불법 월경자들이 크게 늘어 깜짝 놀라고 있다. 

소말리아 출신 난민인 바시르 유수프(28)는 지난 5일 미국 국경을 몰래 넘어 에머슨에 도착했다. 지난 2013년 소말리아를 떠나 우여국절 끝에 미국에 들어오는 데까지는 성공했던 그는 망명신청이 거절 당한데다가 반난민 정책을 표방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캐나다 행을 결심했다. 그는 또다른 소말리아 난민과 함께 한 밤중에 미국 미네소타 주 노예스를 출발해 눈이 쌓인 숲 속을 몇 시간이나 걸어 지난 5일 에머슨에 도착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로 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트럼프 정부가 자신을 추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유수프가 도착하기 전 날인 지난 4일에도 에머슨에는 무려 19명의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미국 쪽에서 국경을 넘어 불법 입국했다. 지난 해 12월 24일에는 마을 북쪽 길에서 가나 출신 난민 2명이 혹한 속을 헤매다 주민들에게 극적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무려 10시간동안 걸어 미국 국경을 넘었던 이들은 심한 동상에 걸쳐 결국 손가락 대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국경지역에서는 캐나다 쪽으로 넘어가려는 난민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불법 알선자까지 생겼다. 유수프는 알선자에게 600달러를 냈다고 NYT에 말했다. 

에머슨 주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난민들을 위해 마을 회관을 긴급 수용 시설로 바꿔 따뜻한 잠자리와 음료,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앞으로 불법 월경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 9일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렉 잰즌 시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따뜻해져 눈이 녹으면 어떤 끔찍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농부들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프처럼 혹한과 눈폭풍을 헤치고 에머슨에 도착한 사람들은 그래도 행운이고, 중도에 쓰러져 눈과 얼음에 파묻혀 사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슬람권 난민 구호활동을 펼쳐온 '매니토바 종교간 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가 돌보는 난민 숫자는 평소 연 50~6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급부상하던 지난 해 4월 이후 300명 선을 넘었다. 경찰 관계자는 "퀘벡, 매니토바, 브리티시 콜럼비아에서 불법 이주민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퀘벡에서 가장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친난민정책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을 거쳐 캐나다로 불법월경한 난민들이 정식으로 망명 지위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캐나다 정부 기관의 통게에 의하면 지난 2015년 망명 신청을 한 1만6521명의 난민 중 망명 자격을 받은 사람은 절반 수준인 57.7% 에 머무르고 있다. 이 중 몇 명이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과 불법월경자 추방 협정을 맺고 있다. 인권단체, 난민구호단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반난민 정책을 이유로 트뤼도 정부에 이 협정의 중단 또는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부의 아흐메드 후센 장관 대변인인 카미엘 에드워즈는 지난 10일 "(불법월경자 추방)협정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난민들을 질서있게 처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며 정부가 지금 당장 협정을 중단 또는 폐지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다만 "상황을 면밀히 계속 살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주 중앙 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