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종료 수포로 돌아가
23일은 미국으로 오기 위해 멕시코 북부 국경에 모인 각국 이민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었다. 팬데믹 코로나19 유행 이후 2년여간 유지해온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정책을 종료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의 제동으로 추방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멕시코에 머물던 미국행 이민자 수천 명이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른바 ‘42호’(Title 42)로 불린 이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도입한 대표적인 이민자 억제정책이었다.
연방 당국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3월부터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미국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이민자들을 즉시 추방해왔다.
이 때문에 육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려던 중남미 출신 이민자 190만명 가량이 망명 신청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추방됐다.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의 보건 상황과 코로나19 대처 능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이민자들의 입국 권리를 막는 조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5월 23일부터 이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일 루이지애나주 연방법원은 이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판결했고, 23일에도 국경은 굳게 닫혀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민자들은 절망감을 표출했다. 멕시코에서 2년 가까이 기다렸다는 온두라스인 막스 알레한데르(24)는 로이터에 “처음엔 망명 신청자들에게 국경을 열어준다고 했다가 이젠 안 열어준다고 한다”며 “더는 못 견디겠다.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아내, 5살 아들과 함께 온두라스를 탈출한 크리스티안 살가도는 ‘42호’가 유지된다는 소식에 “이젠 희망이 없다”고 한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42호’가 모든 이민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멕시코 등 출신의 이민자들은 미국과 멕시코간 합의에 따라 멕시코로 추방되지만, 쿠바처럼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추방이 더 까다로운 국가 출신 이민자들은 추방을 면하곤 한다.
밀입국을 시도하다 걸려 붙잡혀 추방된 온두라스인 조엘 곤살레스(34)는 “쿠바인들은 자동 통과”라고 AP통신에 전했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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