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소식

제목“아이들과 생이별 할까 걱정에 밤잠 설쳐요”201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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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방 불안감에 떨고 있는 한인 불법체류자들

요즘은 일하러 운전할 때도 위반 티켓 받지 않으려 조심조심 합니다. 아내는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일이나 마트에 장보러 가는 일 말고는 외출도 삼가고 있어요.”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40대 불법체류자 K씨 부부의 일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에 온 지 10여년. 남편은 건축업에 종사하고 부인은 아이 양육에 전념하며 불체자란 신분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다한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반(反)이민행정명령 발표 이후부터 자다가도 깨는 날이 많아졌다. 

“꼭 필요한 일 아니면 운전도 외출도 안 해요”

“제 가족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여러 걱정이 들며 심사가 복잡해요. 이 나이에 추방돼 한국에 돌아간들 무슨 일을 하겠어요? 추방되면 우린 끝이에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이민관련 행정각서를 21일 국토안보부 장관명의로 발표하면서 한인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행정명령과 이번 행정각서를 통해 불법체류자 단속 및 추방조치를 본격 예고하면서 한인사회도 예외가 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민변호사 사무실이나 미주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NAKASEC) 같은 단체에는 한인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NAKASEC의 전세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22일 “반이민행정명령 이후 우리가 설치한 24시간 핫라인(1-844-500-3222)에 30여통의 전화가 걸려왔다”며 “신분 문제도 물어보시고, 추방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자녀들은 또 어떻게 되느냐 등 걱정과 고민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샬롯츠빌의 한 그로서리 입구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고객들의 신분증을 체크하면서 불체자들을 잡아가는 걸 목격했다는 한인 L씨는 체류신분 문제 때문에 겁이 나 2시간여를 달려 애난데일의 한 이민 변호사 사무실을 찾기도 했다. 
그는 “불법체류 신분 때문에 언제 어디서 잡혀갈지 몰라 미국생활을 이젠 정리해야 된다는 결론을 냈다”며 “재산 정리할 시간 여유는 있는지, 미국을 떠나려면 미리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인 불체자들이 이번 행정각서를 더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건 이전에는 기소된 불법체류자만 추방했다면 이제는 기소 가능한 모든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는 모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면허 운전 등 경범죄로 적발돼도 추방될 수 있어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도미한 지 20년이 됐다는 버지니아의 60대 불체자 P씨는 “사소한 법 위반에도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단속에 걸리지 않게 매사 조심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한인 불법체류자는 국토안보부 집계로 2014년 기준 16만9천명으로 추산된다. 2010년 20만6,000명에서 2011년 20만3,000명, 2012년 19만8,000명, 2013년 18만7,000명 등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워싱턴 지역에는 약 1만2천 명 내외의 불법체류 신분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인 불법체류자들의 고민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체자 추방강화 조치에 마땅히 세울 대책이 없어 더 깊어지고 있다. 일부 한인들은 추방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미국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메릴랜드의 불체자인 50대 L씨는 “언제 직장으로 단속이 나올까 걱정도 되고, 아이들이 미국에서 성장해 이제 대학에 다니는데 생이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만약 걸려 추방되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실 거의 체념 상태”라고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학생 신분으로 체류하던 메릴랜드의 30대 C씨는 얼마 전 취업비자를 신청했다 거절당하면서 학생비자도 함께 취소돼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일단 학생신분 회복 신청을 해놓았으나 추방에 대비한 나름의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그는 “이민국에서 1주일 안에 미국에서 나가라는 통지가 올까 조마조마하며 살고 있다”며 “만약 추방된다면 한국에서는 취업도 어려운 만큼, 1년이면 영주권이 나온다는 캐나다로 가서 일을 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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