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도시를 포함한 미국 63개 시(市)가 이민자의 유입을 환영하고 이민자의 정착을 돕고자 앞장서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법 이민과 시리아 난민을 포함한 난민 수용 문제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에 비춰보면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워싱턴 정계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N 머니가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 이민자통합연구센터(CSII)와 아메리카소사이어티/카운슬오브더아메리카스(AS/COA)의 공동 연구 조사를 인용해 21일 소개한 내용을 보면, 63개 시 정부와 지역 경제 단체 등은 이민자와 난민을 거부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들을 수용하고 미국민으로 통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S/COA는 정치·사회·경제를 망라해 미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전문가, 지도자들의 모임으로 비영리단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시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와 테네시 주 내슈빌 시는 이민자와 기존 주민과의 긴장을 완화하고자 노력 중이며, 뉴욕 시와 샌프란시스코 시, 로스앤젤레스 시 등 미국의 간판 대도시는 이민자가 영어 교육, 취업, 주택 구매 등을 손쉽게 매듭짓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했다. CNN 머니는 볼티모어와 세인트루이스를 이민자 수용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볼티모어에서는 2014년부터 경찰은 물론 시 기관이 이민자에게 이민 상태를 증명하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불법 체류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이민자들이 큰 걱정 없이 돌아다닐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시 정부와 지역 비영리재단, 기업은 이민자에게 통·번역과 각종 서류 준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민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고용주에게는 재정 지원도 하고, 가게를 열고 싶은 이민자에게는 최대 5만 달러까지 대출도 해준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2010∼2014년 약 1만 명의 이민자가 볼티모어에 정착했다. 볼티모어 시의 열린 정책에 힘입어 지역 구조 단체는 해마다 1천100명의 난민과 망명객의 정착을 돕고 있다. 이민자들이 버려진 집에 새로 둥지를 틀면서 라티노 문화권이 새로 형성된 이스턴 애비뉴 상권에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세인트루이스 시는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를 동시에 극복하려면 절대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보고 결과에 따라 2012년부터 이민자에게 양팔을 벌렸다. 2010년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인구 지형을 보면, 흑인(49.2%)과 백인(43.9%)이 양분하고, 히스패닉(3.5%), 아시아계(2.9%)는 소수인 모양새다. 프랜시스 슬레이 시장은 "2020년께 세인트루이스 시가 미국에서 가장 이민자 유입률이 높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점칠 정도다. 레바논 이민자의 후손인 슬레이 시장은 보스니아 난민, 중앙아메리카에서 넘어온 '나 홀로' 밀입국 아동은 물론 시리아 난민도 환영한다면서 그들이 기독교 신자이든 무슬림이든 개의치 않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역 소상공인협회, 상공회의소, 국제 재단은 이민자들의 영어 교육, 국적 취득, 육아 교육은 물론 정신 건강 서비스 지원에도 열성이다. 이민자에게 창업 지원금을 대출하고 합법 비자를 소유하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숙련공에겐 각 영역에서 빨리 정착할 기회도 준다. (미주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