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업비자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다른 국가들은 속속 전용 취업비자를 보장받고 있지만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은 한국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그 결과 취업난에 고통 받는 한국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확대하고 미국 내 한인 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허비된다는 지적이다.
연방하원은 28일 아일랜드 출신에게 전용 취업비자인 E-3 비자를 발급하는 내용의 법안(HR 7164)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의 제임스 센센브레너(위스콘신) 의원이 지난 20일 상정한 이 법안은 민주당의 리처드 닐(매사추세츠)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초당적 법안으로 상정된 지 불과 8일 만에 하원 문턱을 넘었다.
연방상원에서도 민주당 원내대표인 찰스 슈머(뉴욕) 의원이 오래 전부터 아일랜드 출신 전용 취업비자 도입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초당적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아일랜드 출신들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며 호주 출신이 2004년부터 보장받았던 연간 1만5000개의 E-3 비자를 나눠서 확보하게 된다.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출신은 아예 수량 제한이 없는 TN 비자를 받을 수 있고, 2003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와 칠레도 2004년부터 전문직 취업(H-1B)비자의 연간 쿼터 가운데 각각 연간 5400개와 1400개를 H-1B1 비자로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한.미FTA 협상 때부터 전용 취업 비자인 E-4 비자 신설을 추진해 왔지만 재협상을 마친 올해까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간 미국 내 한인사회의 노력으로 연방의회에서 매 회기마다 전용 취업비자 신설 법안인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이 상정됐지만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2013년엔 연방하원에서 짐 모런(민주·버지니아).피터 로스캄(공화·일리노이) 의원이 초당적 법안(HR 1812)을 발의했으며, 다음 회기인 2015년에도 로스캄 의원이 법안(HR 1019)을 다시 상정했지만 법안 진척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법사위원장이나 이민소위원장의 지지를 받지 못해 심의 기회조차 없었다.
현 회기인 115차 회기에도 지난해 로스캄 의원이 하원에 법안(HR 2106)을 상정하고 연방상원에도 공화당의 쟈니 아이잭슨(조지아) 의원이 같은 법안(S 1399)을 상정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나마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내년 회기에는 다소 희망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우선 28일 차기 하원 민주당 의원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뉴욕 출신 하킴 제프리스 의원이 그 동안 법사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이 법안 공동발의자로 꾸준히 참여해 왔다는 점이다. 제프리스 의원은 유력한 법사위원장 후보다.
또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앤디 김 후보가 승리해 연방하원에서 이 법안 진척에 일정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