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외국국적을 취득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한국의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고, 불법으로 한국에서 투표까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는 ‘주민등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9일 입법예고 했다.
주요 내용 중에 하나는 재외국민 주민등록 발급 때 출입국 확인 강화하는 것이다. 영주권을 취득한 국민인 경우에만 재외국민으로 주민등록 할 수 있지만 본인이 신고하는 경우 입국사실을 확인하지 않아 외국여권으로 입국한 외국국적 취득자(국적상실자)도 재외국민 주민등록을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신고하는 경우에도 위임을 받아 신고하는 경우와 같이 입국여부 확인 자료를 제출하는 근거를 마련하여 외국여권으로 입국한 국적상실자를 가려내도록 개정하게 됐다.
한국 국저자였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취득한 날로부터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적상실자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급한 여권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 국적을 상실했어도 당사자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과거에는 이주여권으로 해외이주를 했기 때문에 여권 갱신 때 영주권카드와 같이 영주권 신분을 확인해 없으면, 외국 국적 취득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거주여권(PM)으로 해외이주자도 할 수 있게 허용이 된 이후 여권 갱신 때 이주자인지 거주자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도 국적상실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 여권과 외국 여권을 번갈아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행세를 해 왔다. 심지어 한국 국적자가 아닌 경우 한국의 선거에 참여할 수 없지만 불법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도 법무부도 외교부도 현재는 국적상실자의 신고에만 의존할 뿐 스스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행안부가 주민등록 발급 때 출입국 확인 강화를 한다고 해 불법 복수국적 행위자들을 일부 걸러 낼 수 있지만, 국적상실신고를 하지 않은 외국 국적자가 한국 여권으로 입국을 한 경우는 행안부도 국적상실 여부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다른 행안부의 주요 개정 내용은 주민등록증의 사진 규격조건이 완화된다.기존에는
주민등록증을 발급(재발급)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촬영한 귀와 눈썹이 보이는 탈모 상반신 사진을 제출하여야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사진 규격 중 ‘귀와 눈썹이 보이는’ 요건을 삭제하고, 주민등록증 발급(재발급) 신청시 ‘6개월 이내에 촬영한 가로 3.5센티미터, 세로 4.5센티미터의 탈모 상반신 사진'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주민등록 사항과 실제 거주사실을 확인하는 방법도 개선된다. 최근 거주형태 다양화, 1인세대 증가 등으로 이‧통장이 전입신고 사후확인을 할 때 주민이 부재하거나 이‧통장 방문을 거부하여 거주사실 확인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전입신고 시 거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서, 매매계약서 등을 제시하면 신고사항 사후확인을 생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이‧통장이 별도로 전입신고한 세대를 방문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신거주지의 건물소유주나 현 세대주 등이 사전에 읍‧면‧동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신거주지의 신규 전입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건물소유주 등 몰래 전입신고 하는 경우를 방지한다.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이번 개정으로 주민등록증 사진 규격 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주민 편의 제고를 위한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맞춤형 주민등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미주 중앙일보>